메디컬투데이 김미리(kimmil@mdtoday.co.kr) 기자
입력일 : 2010-09-06 07:26:42

도입하기 힘들고 환자들 반발 클 것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의료 전달체계를 2단계로 나누고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사전승인을 거치자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희대학교 의료경영과 김양균 교수는 최근 열린 건강보험공단의 금요조찬세미나에서 환자가 2차 병원으로 갈 때 의원을 거쳐 진료의뢰서를 끊어 방문하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공단이나 심평원의 사전승인을 거치는 방법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감기 같은 경한 질환의 환자들이 상급의료기관으로 쏠리고 있어 자원 낭비가 많다며 치료비 외에 검사, 진단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합하면 비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초기 진찰을 한 의사가 이메일 등을 보내 심평원이나 공단에서 구축돼 있는 전산을 통해 사전 승인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꼭 정부 소속 기관이 아니더라도 외부에 전담하는 기관을 둬 추진함이 좋을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진료의뢰서를 유료화하고 본인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을 통해 의료전달 체계를 개편하고자 했다.

실제 이 제안은 현실성이란 벽이 있긴 해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는 상태다.

그동안 여러 방안들을 적용해 봤으나 3차 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이 완화되지 않아 최후의 보루로 강제성 있는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은 이 제안에 긍정하는 이보다 반발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도입하기 쉽지 않은 제안”이라며 “국민들 사이에서 메이저급 상급종합병원을 가고 싶은 마음이 형성돼 있고 비용적 부분도 환자 입장에서 피부로 느낄 만큼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화 하려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정부에서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엔 공감하지만 환자들이 원하는 병원을 가지 못하게 하는 건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이보다는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병원 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제안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이 일고 있다.

환우회 관계자는 “주치의가 판단해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보내는데 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냐”며 “불편함을 주고 권리를 제한하는 심사에 환자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라 말했다.

또 다른 환우회 관계자는 “2차나 3차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환자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굉장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할 문제지 정부에서 제도로 규제할 이유는 없다”며 “3차 병원을 찾지 않는 게 과연 의료제도 확립이 잘 되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kimmil@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