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부담 가중, 피해는 환자의 몫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보험회사 등 제3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법안이 추진됨에 따라 의료계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안’이 원인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남 의원(민주당)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법률안은 병·의원이 가입자를 대신해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지난 20일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대한병원협회 의견서’를 발표하며 입법 발의를 철회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병협은 법률안이 보험회사의 이익추구를 위한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으며 건강보험료의 부담이 가중되고 실질적인 보장성 확대는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민영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서민의 본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계약자유 원칙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라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역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고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24일 개최된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입법공청회’에서 의협 유승모 정책이사는 “보험사가 시스템을 개발해 상품을 팔았으면 관리기전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왜 의료기관에게 떠맡기냐”며 “그런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이 혜택을 받고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공공 보험이고 민간보험은 국민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사보험으로써 각 보험사는 가입자와 계약에 명시된 상환 방법에 의해 상환해 주는 것인데 왜 의료계가 끼어들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대 입장은 의료계의 전반적인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번 법률안이 통과되면 손해를 보는 건 환자 쪽”이라며 “비급여 진료 심사 때문에 의사들이 진료비 삭감을 받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고 보험 확인 절차 등으로 진료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 문제 삼았다.

이어 “현행법상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법안으로 인해 환자의 질병정보 등이 유출 돼 나중에 보험 가입 등의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심사를 요청하고 지급받기까지 최대 7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병원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보험회사가 특정 병원과 계약해 환자를 유인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의료계의 걱정과 달리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법률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보험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 이기욱 팀장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보험소비자의 편익을 증진 시킬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며 법률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불완전하게 시행되면 오히려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보험사와 병원 등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하며 제도 전반에 대한 세밀한 계획과 장기적인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한편 제도의 취지 자체는 높이 사지만 현 상황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중립적 입장도 존재한다.

한 관계자는 “민영건강보험은 천차만별이라 통합해서 각 개인에 대해 보험 가입여부와 진료비를 냈을 때 시스템 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것인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건강보험처럼 국민 전체가 계약이 돼 있을 때는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 민간보험이 달리 가입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